21세기의 뇌과학 (중,고등학생)

21세기의 뇌과학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이춘길 (cklee@snu.ac.kr)

(이 글은 2000년 2월 23-24일,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있었던 “청소년을 위한 자연과학 공개강연 – 21세기 자연과학을 말한다”에서 강연한 내용임.)

타임즈지는 20세기의 인물로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그림1)을 선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종이와 연필만으로 뉴턴 이래 자연의 커튼 뒤를 누구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으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 왔다. 지금은 우리가 천재를 생각할 때 그의 얼굴을 본다.”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행적과 그의 천재성은 다음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www.pbs.org/wgbh/nova/einstein/).

 

아인슈타인의 뇌 – 무엇이 천재를 만드는가?

아인슈타인은 1955년 4월 18일에 76세로 사망하였는데, 자신의 뇌가 보존되어 연구되기를 원했다. 그에 따라 프린스턴 병원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 (Thomas Harvey)가 뇌를 적출하여 보관하였다. 어떤 뇌의 특징이 천재를 만드는가? 이후 아인슈타인의 뇌와 다른 사람들의 뇌를 비교 연구한 세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우선, 하비가 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 있는 뇌과학자(Mariane Diamond) 등과 함께 연구하였다. 이들이 한 것은 아인슈타인의 뇌의 일부 영역 (영역 9, 영역 39)의 신경세포와 교세포의 수를 세었다. 그들이 발표한 결과의 요지는 연구된 다른 11명의 뇌와 비교할 때, 아인슈타인의 뇌의 일부분(영역 39)에서 교세포에 대한 신경세포의 비율이 낮았다. 다시 말해, 아인슈타인의 뇌의 한 부분은 신경세포 하나 당 교세포의 수가 다른 연구된 사람들 보다 많았다. (뇌는 신경세포(nerve cell, neuron이라 불림)와 교세포(glia cell)로 이루어져 있다. 신경세포의 수는 약 1천억 개로 추정되며 교세포는 이 보다 약 10-50배 정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경세포가 뇌의 주요 기능인 “정보 처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교세포는 신경세포의 전기화학적 환경을 일정하도록 유지하며, 영양을 공급하고, 죽은 세포를 소화하거나, 정보 처리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역 39는 언어 등 고등 정신 기능에 관련되어 있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신경세포의 비율이 적다는 자료를 가지고서, 아인슈타인의 독서 장애를 설명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들 “20세기” 뇌연구자들은 아인슈타인의 뇌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여 많은 교세포가 생겨났던 것으로 결론하였다. 이것은 잘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가 아니었다. 우선 비교된 11명의 평균 연령이 아인슈타인보다 12년이나 젊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경세포가 사멸해 가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적은 비율의 신경세포가 발견되는 것은 어떠면 당연한 것이었다. 또, 비교되었던 11명의 지능이나 배경, 사망의 원인에 관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계속된 연구들에서 아인슈타인의 대뇌 피질의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아서 신경세포의 밀도가 높았다던지, 뇌의 전체 무게가 작았다던지, 혹은 아인슈타인의 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표면 부위(수학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지는)가 넓었다던지 하는 발표들이 있었다. 이 차이들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 명백하지 않으며 동일한 결과를 가지고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비교 대상인 30여명의 뇌와 단 하나의 아인슈타인의 뇌를 비교했을 때 어떤 일반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의 뇌가 다른 점이 어떤 중요성을 가질까? 뇌의 어떠한 구조적인 기능적인 특성이 성격이나 지능, 창의성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하는 문제들은 죽은 뇌의 조직을 비교함으로써 알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뇌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올바른 물음이었으나 지난 세기에는 이에 답할 수 없었다. 21세기에는, 지난 세기 동안 인간과 자연을 탐구한 과학자들이 던졌던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이 얻어질 것이며 특히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엄격한 이해가 이루어질 것이다.

21세기의 화두

인간의22번 염색체의 염기 서열이 1999년 12월에 발표되었으며 셀레라 제노믹(Celera Genomics) 같은 회사는 2001년까지는 모든 염색체의 완전한 서열에 기초한 유전자 지도가 얻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간 유전자 연구 프로젝트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염기 서열의 완성은 사실 21세기에서 이루어질 성과의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의 즉각적인 성과는 질병의 원인에 대한 이해와 그 치료에서 나타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뇌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지 모른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어떻게 가능한가? 혹은 보다 일반적인 질문으로 지능이 어떻게 결정되는가? 하는 질문들이 지능을 결정하는 유전자(들)의 발견으로 뇌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질 것이다. 유전 정보가 개체의 발달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성격과 독창성이 있는 개체로서 결정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완벽히 이루어질 것이다. 결국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우리를 개성있는 개인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뇌이기 때문에 유전자 지도의 완성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신경과학(neuroscience) 소개

인간의 의식 현상이 뇌 작용의 소산임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20세기에 들어 와서야 비로소 그 관계가 확립되었다. 이전에는 악령이 신체에 깃들어서 정신 이상이 일어난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으며, 마음은 인간의 심장에 있고 뇌는 피를 냉각하는 장치 정도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뇌가 어떠한 방식으로 인간의 의식이나 행동과 관련되는지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뇌에 관한 오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억술이나 학습 능력 개발을 파는 상인에 의해서 오해가 부추겨 지기도 하는데 “우리는 뇌의 10%정도만 사용한다.” 는 주장처럼 어떤 과학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 연구는 엄격한 과학이며 오늘 날 심리학, 생물학, 생리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신경과학(neuroscience)이라 부르는 학문 영역을 만들고 있다. 신체의 각 세포는 고유 기능이 있다. 근육 세포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췌장 등 소화 기관의 세포들은 소화액을 분비한다. 신경(뇌) 세포의 기능은 ‘정보 처리’이다. 진화의 어느 단계에서 신경 세포들이 신체의 한 곳으로 모여 머리를 가진 동물이 되고 척추 동물에 이르러 뇌가 만들어진다. 뇌의 정보 처리는 뉴런(neuron, 그림 3)이라는 개개의,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연결망을 구성하고 이 연결망의 생리적 활성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분자 및 세포 생물학적 기법의 발달로 뉴런 각각의 작동 원리에 관한 이해(분자 및 세포신경과학, molecular and cellular neuroscience)가 빠른 속도로 증진되고 있다. 뇌는 신체의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다른 장기와는 달리 세포들의 연결망이 기능을 결정한다. 연결된 세포집단의 활동의 공간적 시간적 분포를 이해하는 것(시스템 신경과학, system neuroscience)은 바로 뇌기능을 이해하는 목표이다. 지각, 기억, 추론, 판단 등 고등한 정신(인지) 기능이나 언어 능력을 가능케 하는 생리적 활성화의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 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의 과제이며 이 활성화를 가능케하는 계산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계산 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이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뇌의 정보 처리, 세계의 표상, 행동 통제의 방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뇌연구의 핵심적인 분야이며, 의식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물학과 심리학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뇌 연구 소개

최근에 발달한 연구 기법들을 이용하여 살아 있는 (천재의) 뇌를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간의 정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앞으로 계속 발전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뇌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강연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결론 – 21세기 뇌과학의 도전

지난 20세기에는 실로 뇌와 관련한 물음들의 종류가 열거되었다. 또, 이에 답하기 위해 상당한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졌다. 이온채널의 활동을 탐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신경세포의 활동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전자현미경으로 신경세포의 내부를 볼 수도 있게 되었다. 또, 기능적MRI의 개발로 살아있는 뇌의 활동을 어느 정도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인간 유전자 지도의 작성과 더불어 21세기에는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주요 활동이 될 것이며, 그에 따라 아래와 같은 물음들이 해결될 것이다. 어떻게 할머니 얼굴을 보고 할머니로 인식하게 되는가? 통증이 어떻게 생기는가?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저장되며 없어지는가?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천재는 어떻게 가능한가? 왜 자는가? 정신분열병이나 치매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