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신경과학이란 무엇인가? (고등학생 이상)

도대체 마음은 어떻게 가능한가? 최근까지만 해도 이러한 마음의 현상을 직접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객관적으로 관찰이 가능한 동물이나 인간의 행동을 통해서 마음의 현상을 유추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근년의 성과는 마음의 현상들을 뇌를 연구함으로써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하고 있다. 뇌를 구성하는 요소들로부터 의식이나 인지 과정이 발현하는 질서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인지 신경과학 (cognitive neuroscience)의 작업이다.

 

인간의 의식 현상이 뇌 작용의 소산임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20세기에 들어 와서야 비로소 그 관계가 확립되었다. 이전에는 악령이 신체에 깃들어서 정신 이상이 일어난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으며, 마음은 인간의 심장에 있고 뇌는 피를 냉각하는 장치 정도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뇌가 어떠한 방식으로 인간의 의식이나 행동과 관련되는지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우리가 의식 현상과 뇌 작용의 관계를 명백히 이해하게 되면, 어제까지 멀쩡하던 동료가 자고나더니 눈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까닭을, 정신분열병이 도대체 어떤 과정에 의해서 발생하는지를, 한국언어를 처리하는 뇌 기능이 어떻게 다른지를 명백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인간 의식 현상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에 기초하여 인공 의식을 구현하는 길도 열릴 것이다.

 

뇌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수준에서 행동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의 결과를 통합해야한다. 각 연구의 수준마다 고유한 연구 방법과 이에 훈련된 전문가들이 많은 결과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를 통합하는 것은 이제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서는 작업으로서 뇌 기능의 전체적인 조망을 갖기 위해서는, 일견 관련이 없을 듯이 보이는 정보과학 등의 노력도 동시에 요구된다. 뇌 연구는 수학, 생물학, 심리학, 전산과학, 전자공학 등에 걸치는 종합 과학이다.

 

뇌란 무엇인가? 신체의 각 세포는 고유 기능이 있다. 근육 세포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췌장 등 소화 기관의 세포들은 소화액을 분비한다. 신경 세포의 기능은 정보 처리’이다. 눈, 귀 등의 감각 기관을 통해 접수되는 환경에 대한 정보와, 배고픔, 어지러움 등 신체 내부의 상태에 관한 정보들을 처리하고 이에 기초하여 운동 명령의 정보를 만들어 근육 세포에 전달함으로써 효율적인 운동을 일으키게 하는 것 등이 신경 세포의 정보 처리 기능이다. 진화의 어느 단계에서 신경 세포들이 신체의 한 곳으로 모여 머리를 가진 동물이 되고 척추 동물에 이르러 뇌가 만들어진다. 뇌는 정보처리 기관이다. 뇌는 감각-운동의 효율적인 연계에서 더욱 진화를 거듭하여 결혼, 다이아몬드 회사의 음모 등 추상적인 개념을 표상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이 표상들에 대한 조작을 통해서 다른 표상을 형성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뇌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에 관한 연구는 대체로 분자 및 세포 신경과학(molecular & cellular neuroscience)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이 분야의 연구는 그 동안 뉴런간의 연결 부위의 변화와 발달, 신경 전달물질과 수용체 단백질 등에 집중하여 왔으나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의 과다 표현 혹은 손상 등을 통해서 일어나는 인지 기능과 행동의 변화 등의 연구 분야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뿐 아니라 머지 않은 미래에 추상적 개념의 표상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세포의 수준에서 다루어질지 모른다.

 

뇌의 정보 처리는,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는 요소들, 즉 뉴런(neuron)이라 부르는 개개 신경세포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연결망을 구성하고 이 연결망의 생리적 활성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지각, 기억, 추론, 판단 등 고등한 정신(인지) 기능이나 언어 능력을 가능케 하는 생리적 활성화의 원리, 이를테면,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 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의 과제이며 이 활성화를 가능케하는 계산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계산 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뇌의 정보 처리, 세계의 표상, 행동 통제의 방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뇌 과학의 핵심적인 분야이며, 의식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생물학과 심리학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지과학은 실험적, 이론적, 모형 연구등의 방법으로, 지식의 획득과 처리, 심리언어학, 시지각, 개념과 추론, 또 이들이 아동들에서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관한 광범한 학문으로서, 심리학, 인공지능, 전산과학, 언어학, 철학, 인류학 등을 포함한다. 인지과학의 연구 주제의 일부는 뇌 기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바 여러 수준의 인지 신경과학의 연구들과 연계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인지 신경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몇 개의 실험을 통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뇌는 외부 세계에 관한 많은 정보를 순간 순간 눈을 통해서 입력받는다. 할머니 얼굴을 보고 할머니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이 이동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이 행동은 지극히 쉽고 단순하여 우리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 개입하는 인지적, 계산적 과정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시각신경계는 망막(retina)에서 시작하여 뇌의 외슬체(lateral geniculate body)를 거쳐서 시각 피질(visual cortex)로 연결되는 여러 단계의 신경 세포들로서 이루어진다. 머리 뒷부분에 위치하는 시각피질에는 여러 시각 영역들이 있는데 첫 단계인 제1차 시각피질은 외슬체의 세포를 통해서 망막으로부터 기원하는 영상 신호를 전달받아 여타 시각 피질 영역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각 단계는 정보를 단순히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들을 분산, 수렴, 흥분, 억제하는 소위 ‘처리’ 과정을 통해서 입력되는 정보를 변환하여 다음 단계로 출력한다. 그러므로 특정한 빛의 분포에 대해서 각 단계의 신경세포들 각각이 보이는 반응을 분석하면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처리’ 과정을 해석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시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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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인지 신경과학의 실험 장면.

 

[그림 1]은 심리학과나 신경과학 연구소 등에서 행해지고 있는 한 실험 장면으로서, 인지 신경과학 연구의 주제가 어떻게 접근되고 있는지를 소개하기 위해서 보인 것이다. 훈련된 원숭이로 하여금 조그만 발광 전구들이 배열된 전면의 자극판을 향하게 한 다음 여러 종류의 과제를 수행케 하는데 원숭이의 수행을 확인하기 위해서 흔히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측정하거나 손 근처에 있는 지렛대를 누르게 하거나 단추를 누르게 한다. 그림에서 보인 것은 원숭이가 수행하게 되는 여러 가지 과제 가운데 하나로서 전면에서 켜지는 발광 전구를 응시하고 다른 위치의 발광 전구가 켜지면 그에 따라 시선을 이동하는 과제이다. 시선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서 사각형의 틀에 감긴 코일에 의해서 형성된 자기장이 안구에 부착된 코일에 유도하는 전류를 탐지하는데 이 전류의 크기는 시선의 위치에 비례한다. 안구에 부착된 코일에 유도하는 전류를 탐지하는데 이 전류의 크기는 시선의 위치에 비례한다. 원숭이가 새로 켜진 전구를 향해 정확하게 시선을 이동하면 한방울의 물이나 쥬스를 얻어 마시게 된다. 이러한 절차들은 컴퓨터에 의해서 자동으로 제어되는데 원숭이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에 동시에 뇌의 각 구조에 내린 미세 전극을 통해서 신경 세포의 전기적인 활동을 측정함으로써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동원되는 인지적인 과정, 즉, 시각, 판단, 주의, 안구운동 등의 과제에 개입하는 신경 세포의 활동을 측정할 수 있다. 과제를 고안하기에 따라서 여러 다른 인지 현상을 매개하는 뇌 세포들의 활동과 계산을 공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2]는 기억 현상을 연구하는 실험의 예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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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기억 현상을 연구하는 반응 지연 과제.

 

[그림 2]는 원숭이의 순간적인 기억을 연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과제로서 원숭이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측정하면서 원숭이에게 불빛 배열 대신에 컴퓨터 화면을 향하게 한다. 원숭이가 화면 가운데의 ‘x’ 표를 응시하고 있을 때 화면 오른쪽 위에서 표적이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진다. 원숭이의 과제는 표적이 있는 곳으로 금방 시선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반응을 지연하고 있다가 화면 가운데의 ‘x’ 표가 사라질 때에 비로소 표적이 있던 오른쪽 위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반응을 지연하고 있는 동안에는 표적이 나타났던 위치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원숭이는 이러한 과제에 쉽게 적응하는데, 중간 열에 보인 것은 원숭이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을 때, 전전두엽(prefrontal) 피질 세포의 전기적 활동이다. 어떤 세포는 표적이 나타날 때 활동의 증가하는 것 (왼편)도 있으며 어떤 세포는 원숭이가 표적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는 동안에 증가된 활동을 지속하는 (중간) 것들도 있다. 표적의 위치에 따라서 활동이 증가하는 정도가 변하는 세포들의 활동은, 기억되고 있는 표적의 공간적인 위치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금세기 초에 아동의 인지 발달의 단계를 연구하면서, 피아제 (Jean Piaget)가 사용한 과제의 하나는 대상의 영속성을 검사하는 것이었다. 두 개의 상자 가운데 하나 속에 장난감을 넣어 눈에 보이지 않게 하고 약간 딴 짓을 한 후에 장난감이 있는 상자를 선택하게 하는 검사이다.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장난감이 상자 속에 있더라도 여전히 존재함을 아는 대상의 영속성의 개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생후 8개월 이전의 유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여서 올바른 상자를 선택하지 못 한다. 이후 이루어진 인지-신경과학 연구들에서 대상의 영속성을 형성하는 과정은 전전두엽이 성숙하게 되는 과정과 밀접히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전두엽이 손상된 원숭이는 비슷한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점, 생후 2-4 개월에 전전두엽의 세포들간의 연결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점으로 미루어,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시공간에서 연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개념을 형성하는 능력이 이 언저리의 뇌 부위의 작용임을 알 수 있다. 대상의 영속성의 개념과 이의 형성 과정에 기여하는 뇌의 작용을 [그림 2]와 비슷한 실험들로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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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언어 처리와 관련된 뇌의 활동.

 언어적인 개념들도 뇌 세포 집단의 시간에 따른 활동의 변화의 패턴으로 귀결될 것이지만 언어 정보의 표상이 세포의 시간적, 공간적인 활동과 대응되는 방식에 관해서는 현재 모형 수준으로만 연구되고 있다. [그림 3]은 우리가 단어를 단어를 듣을 때 (A), 단어를 볼 때 (B), 단어를 말할 때 (C), 사용할 단어를 생각할 때 (D)에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를 시각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시각적으로 의미가 파악되는 한자어와 음운적으로 대응되는 한글을 혼용할 경우, 이를 처리하는 뇌의 경로는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한글, 한자, 혹은 이중언어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 매개하는 뇌의 경로, 뇌 손상 환자의 언어 처리 결손 등에 관한 이해을 시작하는 것이 인지 신경과학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이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의 예를 통해서 마음의 과정에 관한 뇌 연구를 소개하고자 하였다.

 

흔히 뇌 연구는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미지 세계의 탐구라고들 한다. 이 명제에 대한 찬반을 떠나 종합 학문으로서의 뇌 연구는 앞으로 새로운 학문 분야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현재로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응용도 가능케 할지 모른다. 인간의 의식이 뇌 기능의 작용이라 할 때, 뇌 전체를 이식하거나, 머리 전체를 다른 신체에 이식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다른 신체에 동일한 의식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는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늙지 않는 뇌를 가지고 태어난 개체를 인간이라 부를 것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